행복한 찻집

3) 인도의 또 다른 맛, 음식.

사람의 입은 오래 전 할머니의 손맛을 기억하여 추억에 빠지기도 하고, 저마다의 기호에 따라 주된 식사의 패턴이 정해진다. 우리네는 아무래도 밥을 먹어야 하루를 넘어가는 것 같다.

인도를 여행하는 많은 사람들이 음식이 맞지 않아 고생을 한다. 길 떠나면 아무리 훌륭한 호텔에 산해진미라도 하루 이틀 지나면 질리고 힘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필자에게 인도의 음식은 할머니의 손맛 못지않게 향수를 느끼게 하고, 지금 이순간에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하는 늘 먹고 싶은 음식목록 1번이다. 전세계에 중국식당 다음으로 많은 것이 인도식당이라고 한다.

인도의 음식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남인도음식과 북인도음식으로 크게 나누거나, 무슬림과 힌두의 음식으로 나눌 수도 있겠다. 남인도의 채식과 쌀 중심의 탈리(큰 접시-주로 바나나 잎이 사용되었다- 에 밥과 여러 가지 찬이 함께 나오는 정식)와 북인도의 딴두리 (큰 화덕으로 갖은 양념을 해둔 꼬지를 식사 시에 딴두리 화덕에 넣어 굽고, 난(밀가루 전병)은 화덕 안쪽에 붙여 구운 다음 찬과 함께 먹는다)가 가장 큰 대표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안 먹는 무슬림과 소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가 있어, 육식은 주로 닭고기, 양고기가 대세이고 민물고기와 바다생선 등도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혹시라도 인도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음식을 소개하자면, 북인도에서는 단연 ‘딴두리치킨-닭을 잘라 꼬지에 끼워 요거트를 발라가며 건조시키고, 붉은 향신료(쳇마살라)를 발라 화덕에 굽는다’과, ‘치킨띠까-딴두리치킨의 본레스(뼈를 발라낸 살코기)’가 최고 앞에 올 것이고, 그 뒤로 풀풀 날아가는 밥 대신에 쫀득하게 구워 나오는 ‘난’, ‘짜파티-난 보다는 보편적인 밀전병’, 또는 ‘뿌리-기름에 튀겨 건져낸 쫀득한 밀전병’, 그리고 난이나 짜파티 등을 찍어 먹을 수 있는 커리-여기서는 소스나 반찬, 국 정도의 의미로 보는 것이 맞겠다- 중에서는 ‘달 마카니-팥과 버터가 주된 찬’, ‘샤히빠니르-후레쉬치즈의 새콤한 카레’, ‘버터치킨’ 등등이 있다. 

북인도의 음식이 무굴제국의 영향으로 육식과 기름, 버터 등의 진한 ‘맛의 향연’이라면, 반대로 남인도의 음식은 북인도보다 날씨가 더욱 더워지고, 힌두 문명이 좀더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는 까닭에 채식위주의 가볍고 산뜻한 향신료가 첨가되고, 같은 기름에 튀기는 음식이라도 북인도식의 쫀득한 ‘뿌리’가 아니라 빠삭한 ‘도사-밀이나 쌀가루를 철판에 얇게 펴서 크게 말거나 가운데 으갠 감자등을 넗어 함께 먹는다’로 발달하였다. 남인도에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음식은 ‘마살라 도사’나 ‘그 지방이나 음식점 고유의 ‘탈리’가 유명하다.

북인도에서는 히말라야에서 나오는 홍차를 주재료로 한 ‘짜이- 향신료와 우유가 듬뿍들어간 밀크티’를 매일 마시고, 남인도에서는 마디께리인근에서 나오는 커피를 주로 마신다.

한국 여행객들이 가장 못 참아 하는 것이 음식에서 나는 특유의 향이다. 하지만 이 향은 사실 한국에서도 조금 다르지만 일부 사람들이 즐겨먹는 ‘고수’ 냄새이다. 중국이나 남아시아의 ‘샹차이’, ‘코리앤더’등도 다 같은 말이다. 인도에서는 ‘다냐’라고 부른다. 이 냄새가 싫다면 처음 음식을 주문할 때 ‘NO 다냐’, ‘No 코리앤더’, ‘다냐 빌꿀 네히 짜이헤-진짜 ‘다냐’는 필요 없습니다.’를 외쳐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다 빼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한국에도 인도음식점이 제법 많이 생겨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보면, 정말 맛있게 잘하는 곳도 있고, 너무나 엉터리여서 화가 나는 경우도 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인도 음식이어서 그런지 너무도 엉뚱한 음식을 내놓고 손님들을 기만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름에 튀긴 ‘뿌리’를 내놓고 ‘난’이라고 우기고, 내가 지적하면 ‘너는 그 넓은 인도음식을 다 먹어 봤느냐’ 고 오히려 화를 낸다. 아니면, 퓨전이라고 우기던가. 그럴 때면 항상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당신이 외국에서 한국식당이라고 들어가 김치를 주문했는데, 단무지나 배추전을 내놓고 김치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리고 그 식당으로 인해서 그 지역 사람들은 단무지를 김치라고 알게 되겠지요?” 한번은 필자가 운영하는 찻집에서 황당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손님이 ‘짜이’를 주문해서 늘 하듯이 준비해 내드렸는데, 손님은 자신이 기대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고 놀라는 것이었다. 예의 다른 가게에서 ‘짜이’를 드셨는데, 너무나 다르다고 하시는 것이다. 먼저 경험하셨던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이해시켜드리는 데, 필자의 과거사를 다 끄집어내고, 인도친구까지 보증 세워 겨우 설득하였다.

인도음식이 가진 장점은 넓은 국토와 다양한 향신료의 원산지인 만큼 –콜럼부스가 황금과 향신료의 땅, 인도를 찾아 항해를 하였지 않는가? -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종류의 식재료들로 풍부한 맛과 다양한 향을 내는 데 있다.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하는 데는 열린 마음만큼이나 정확한 정보와 믿을 수 있는 길잡이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는 것이 또한 스스로의 교양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