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이야기

 
작성일 : 09-03-19 20:24
결국은 기본이었다.
 글쓴이 : fabio
조회 : 1,096  

요즘들어 요리 공부를 빡세게 하고 있답니다.

 

업장에서 돈벌이용(?) 요리를 하다보면

오래지 않아 창작에 대한 심각한 갈증이 생기곤 하는데

그럴때면 별별 실험을 다 해보고, 오래전부터 모아두었던 여러 레서피들도 점검해보고

이태리에서 가져온 요리법들 되새기고 또 최신판 요리책을 뒤적거리기도 합니다.

 

요즘은 "Molecular gastronomy"라는... 하긴 요즘도 아니군요. 책을 잡은 지가 이미 3년이 되었으니...

암튼 탐독을 하고 있는데 원서라...

 

그럴때마다 항상 떠오르는 생각은, "결국은 기본이구나"입니다.

 

화려한 기술이나 데코레이션이 아닌 재료 그 자체의 맛을 살리고

본질을 파괴하지 않는 것. 또 기다릴 줄 아는 것...

이것이야 말로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요즘들어 분자요리가 연일 화제인데요.

페랑 아드리아, 에르베 디스, 피에르 가녜르, 토마스 켈러... 등등

세계 최정상의 요리사들이 이 요리법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더욱 관심이 커지고 있죠.

 

사람들은 그들의 파격적인 요리법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플레이트 아트웍, 그리고 무결점이라고 밖에는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치 않는 메뉴 구성을 칭찬해 마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작 셰프 본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중시하는 것은 바로 기본입니다.

기본을 중시하다보니 식재료의 특징을 분자단위까지 연구를 하게 되고

1cm의 당근이 가장 맛있게 익으려면 몇도의 온도에서 몇초를 익혀야 하는가가 중요해 지는 것이고

1kg의 호주산 와규 쇠고기 채끝이 가장 좋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몇%의 습도와 몇도의 온도에서 몇일 몇 시간의 숙성기간이 필요한 지가 중요한 것이죠.

 

얼마전에 생대구를 사다가 포를 떠서 소금에 절여 말렸습니다. 이것을 이태리에서는 '바깔라'라고 하는데 이러한 방법은 그 기원이 상당히 오래된 식품 보존법 중의 하나임과 동시에 생선류의 식감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중요한 사전처리법 중의 하나입니다.

 

일정무게의 대구살에 일정양의 소금을 문질러 자연건조를 시키면 삼투압에 의해 수분이 없어짐과 동시에 육질에 간이 베어들고 건조과정에서 육질이 단단해지면서 특유의 텍스쳐가 생성됩니다. 이것을 물에 불려서 육질을 적당히 살린 후에 여러가지 방법으로 요리를 하는 것입니다. 상당한 노력과 인내심과 시간이 필요하리라 짐작이 가시죠? 그러나 이 재료로 만든 요리의 풍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물론 과정상의 추가 베리에이션도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하이테크적인 기술을 쓰든 고전적인 기술을 쓰든 결국은 기본이라는 겁니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지 않을까요?

 

지금 제가 있는 업장의 냉장고에서는 세 덩어리의 통 삼겹살이 숙성되고 있습니다. 생 돼지삼겹살을 염장처리한 이탈리아의 전통 저장육류 판체타인데요, 제가 만든 것, 과장이 만든 것, 그리고 대리가 만든 것. 그렇게 세 덩어리입니다. 각각의 조건은 조금씩 틀리죠. 이미 2차과정 즉 표면의 소금기를 없애는 Rinse를 끝낸 연후라 유산균 발효과정이 진행되고 있을 겁니다. 과연 누구의 판체타가 가장 맛있을까...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답니다. 저 역시 설랩니다. 내일이면 판체타 파티가 열립니다.

 

일상에서도 기본이 참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통기한 지키기, 인사 잘 하기, 교통 법규 잘 지키기, 밥 잘 먹기, 담배 안피기, 술 적당히 마시기... 서로 사랑하기 등등.

 

서울은 황사가 심합니다. 기본을 잘 지킨 마스크가 하나 필요하겠군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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