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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1-06 16:10
이은지씨 매일신문에 나왔어요-.-;;;
 글쓴이 : 이은지
조회 : 539  
14년간 푸른사랑 시설아동의 소나무

대구 파동 ‘애활원’에 사는 70여명의 어린이.청소년들의 가슴에서는 매주 월요 일이 되면 콩닥콩닥 콩 볶는 소리가 난다. 벌써 14년째 정든 형님.누나들이 찾아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기다리는 사람들은 ‘솔잎회’ 20여명의 회원들. 애활원 식구들에겐 솔잎 회가 글자 그대로 솔잎같은 존재이다. 수백개 봉사단체들이 찾아 왔다 떠나기를 반복했지만 사철 푸른 색깔을 변하지 않는 솔잎처럼 솔잎회는 14년 동안 단 한번 도 월요일 만남을 거른 적 없었다.

“14년 동안 이렇게 끈질기게 인연 맺고 사는 단체는 솔잎회뿐입니다. 봉사를 처음 시작했던 대학생들이 졸업하고 떠나면 그 후 배들이 찾고, 그 사람들이 사회로 진출하면 또다른 후배들이 바통을 이어받습니다 .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질긴 면이 없다지만 솔잎들은 달랐습니다”. 애활원 이한 얼 실장은 솔잎회 봉사는 애활원 최장기 기록이라고 했다.

솔잎 자신들도 월요일 저녁 어린이나 초교 저학년생과 하는 놀이 프로그램을 재미 있어 한다. 공기놀이, 땅 따먹기, 오케 맞추기 등을 어린 동생들과 함께 하다보면 시내버스 막차를 놓치기도 할 정도.

그러나 놀기만 해서는 안 될 일. 공부를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치원생. 초교생들을 7개 반으로 나눠 학년별로 지도한다. 반마다 담임을 지정해 그 반 어 린이들의 학습을 책임 지운다. 중고교생들에겐 부족한 과목 공부를 도와준다. 이 를 위해 솔잎들은 매월 5천원씩 회비를 내 학습지 등을 준비한다.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은 수십만원씩 내 이 일에 보탠다.

시설에 산다는 이유로 공부까지 뒤처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솔잎들의 신념이다. 더 욱이 애활원에서만큼은 가르치는 일에 더 열심을 내야 할 이유까지 갖고 있다. 그 리 넓잖은 시설, 그리고 단체 생활… 원생들은 혼자 공부할 충분한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에 열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럿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노는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고 차분히 공부할 여건이 안된다고 합니 다. 요즘은 특히 컴퓨터 오락때문에 성과가 더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올해 대 학 신입생 딱지를 떼는 이덕수(20.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씨가 안타까워 했 다.

솔잎들을 애달게 하는 것은 적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대학’에 진학하 는 원생이 좀체 많아지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자신들의 도움이 부족한 탓이라 반 성도 하지만 성과가 여의찮다는 것.

그나마 솔잎들을 기쁘게 하는 것은 기술로 승부 보겠다는 원생들이 조금씩 나타나 고 있는 일이다. 작년 기능경기 대회에서 최연소로 금메달을 따낸 성출이가 대표 적인 경우. 성출이는 대구공고를 다니면서 시계 기술을 익혀 이 대회에서 수상한 뒤 서울의 유명 업체에 당당히 스카우트돼 갔다.

솔잎회는 경북대 학생들로 구성돼 출발했던 봉사 동아리. 그러나 14년이 흐르는 사이 더 다양한 봉사자들이 함께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 걸음을 더욱 든든히 하 는 것은 바로 이 애활원 원생 출신 사회인들이다. 애활원에서 커 독립한 세차장 사장님도 솔잎이 됐고, 그렇게 자란 유치원 선생님도 솔잎회 소속이다. 그런만큼 솔잎들은 복지시설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대학에 중간고사.기말고사가 닥치면 솔잎들도 흔들린다. “시험 준비가 부담스러우니 이 기간에만이라도 좀 빠질 수 없겠느냐”는 애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 지난 14년간 계속 불거져온 문제였다.

이때 마음을 다잡게 하는 사람들이 바로 애활원 출신 솔잎들이다. “오고 싶을 때 오고 가고 싶을 때 간다면 그게 무슨 봉사냐?” 이들은 대학생 회원들에게 호된 소리도 마다않는다. “처음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면 다시는 오지 말라”는 모진 소리까지 튀어다닌다. 대학생 솔잎들도 결국엔 걸음을 고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다지 모진 수련을 거치다보니 솔잎들은 입회 2, 3년이면 아동복지의 ‘박사’가 된다. 그리고는 쉽게 고쳐질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초교에 다니는 원생들이 시설에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 왕따를 당합니다. 일반 가정에서 크는 어린이들이 집요하게 따돌림을 한다는 겁니다.

결국 이곳 어린이들 은 ‘싸움을 잘 해야 학교에서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초 교 2, 3년생만 되면 난폭성을 띠는 경우가 생겨납니다”. 4년째 봉사한다는 이은 지(21.여.경북대 수학과)씨는 자신들의 역할에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솔잎들은 요즘 ‘스킨십’에 각별히 마음을 쓴다. 부모 대신 피부를 맞대 어 체온을 전해 주자는 것. 풀잎들은 공부할 때도 무릎에 앉혀 가르치고 밥 먹을 때도 볼을 비비며 먹는다. 다 큰 아이들에게까지 밥을 떠먹여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현정(21.여.경북대 수학과)씨는 봉사하러 온 자신들이 오히려 더 많이 받고 가게 됨을 깨쳤다고 했다. “4년째 들락거리다 깨우친 겁니다. 어느날은 애 들과 어울리느라 버스 막차를 놓쳤습니다. 소나기가 쏟아지는 늦은 밤이었지만 한 동생은 저를 자전거에 태워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저의 집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그날 밤 저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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