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5-08-06 22:52
글쓴이 :
지묘동 아자씨
조회 : 788
|
오늘도 제가 가르치는 중고등학생 애들이 집에 쳐들어왔었습니다.
얘들은 올 때 마다 정말 대단한 기대를 가지고
"강도사님!(제 직업입니다) 맛있는 거 주세요!" 를 외칩니다.
그럴 때면 나무에서 보고 들은 풍월이 있어서
애들한테 아포가도도 해 주고, 카푸치노도 해 주고, 밀크티도 해 먹입니다.
제게 충성을 맹세하는 녀석들은 제게 받아 먹은 게 많은 넘들입니다.
애들이 커피 맛을 제대로 알겠습니까? 근데, 이 넘들 너무 좋아합니다.
불 위의 모카포트 앞에서 커피 나오는 걸 함께 기다리는 걸 좋아하고,
거품기 갖다 주면서 누가 우유 거품 낼래? 물으면 서로 자기가 하겠다며 좋아합니다.
저는 우리 애들 입에 들어가는 건 정말 정성을 다 합니다.
잔 가에 묻은 물기까지 다 닦아서 주려고 애씁니다.
애들이 그런 걸 좋아합니다. 철 없는 중학생까지도....
나무에서 배웠나봅니다.
99년부터니까, 제가 나무 서식 7년 동안 마신 커피와 홍차가 결코 적은 양이 아닌데,
쩌이 아빠와 엄마, 쩌이 삼촌들과 이모야들의 정성이 깃든 맛있는 차들로 참 대접을
잘 받았습니다. 그런 "태도"를 저도 모르게 배우게 되고,
그래서 그런지 저도 정성껏 해 먹이려고 애쓰게 됩니다.
먹고 간 흔적들을 치우기 전에 애들한테 들은 감사를 나무에 돌리고 싶어서
몇 자 적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