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자료실

 
작성일 : 09-01-30 16:55
월간다도 홍차 이야기 7월호 1 - 인도에서 만난 티테이스터(Tea taster)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733  

자료실에 2008년 7월부터 월간 다도에 연재한 내용을 차례대로 올리고자 합니다.

궁금한 점이라던가 미흡한 점에 대한 많은 질문 바랍니다.

 

수료증도 자격증도 없는 저는 돌팔이일까요?

세계의 최고급 홍차가 생산되는 다르질링(Darjeeling)과 대영제국의 홍차라고 불리우며 잉글리쉬 블랙퍼스트(English Breakfast)의 대명사격인 아쌈(Assam)은 인도의 히말라야 동북부에 있는 지명입니다. 인도는 홍차의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중의 하나입니다.

다르질링의 표기와 관련 일부는 다즐링으로 하는데, 제가 알고 있는 어원적인 설명과 현지의 발음으로는 다르질링이 가까워 저는 다르질링으로 하고 았습니다. 아마 이 이야기는 다음 원고에 포함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인도에서 홍차를 수입하고 유통하며 ‘티 부티크 티플라워’를 운영하는 ‘행복한 찻집’의 대표입니다. 그러다 보니 홍차에 대한 문의와 강의 요청을 받게 될 때가 있고, 그럴 때면 스스로에게 자격을 묻게 됩니다. 관련된 자격증이나 수료증이 하나도 없다보니 영 돌팔이 같다는 자괴감까지 들기도 하지요.

사실 몇 달 전, 저에게 무슨 협회라며 연락이 왔습니다. 홍차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에 그 단체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물어보았지요. 여러 관련 교육을 하는데 특히 영국에 가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수료증도 준다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도 하나 필요할까요?

이럴 때마다 저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물어볼 수 있는 좋은 친구이자 선생님이 있습니다. 인도 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압끼빠산트(Aapki Pasand, 당신의 선택)의 티테이스터(Tea taster)이자 대표로 있는 산자이 까뿌르(Sanjay Kapoor) 씨입니다.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의 식민지시대부터 시작된 차회사들처럼 크지는 않지만 ‘인도의 자존심’이라고 주요 일간지에 소개되는 회사입니다. 또 많은 가이드북이나 잡지 등에서 세계 최고의 차로 뽑히고 있으며, 인도 정부에서도 국빈 접대 시 내놓는 차가 바로 압끼빠산트이지요. 산제 까부르 씨는 그 회사에서 차의 선별과 매입을 책임지는 티테이스터입니다. 이 분과의 인연이 저를 홍차의 세계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의 홍차, 두 번의 우연이 겹쳐 인연이 되었습니다

1993년 2월에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정말 말 그대로 청운의 꿈을 품고 인도로 향하였습니다. 델리대학 불교학과(Studies of Buddhism, University of Delhi)에서 불교산스크리트 전공으로 석사(M.A.)를 마치고, 델리에 있는 티베트 절에서 티베트어를 배우며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인도의 예술인들과의 파티자리에서 우연찮게 차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평소 차를 즐겨 마시던 제가 ‘그때껏 인도에서 마셔 본 차들이 그다지 애호가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이 못 된다’고 하자, ‘좋은 차를 마시고 싶다면 찾아가보라’는 말과 함께 명함 한 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칼림퐁(Kalimpong; 다즐링에서 차로 2~3시간 거리에 있는 히말라야의 소도시)에 다녀오는 길에 옆자리에 앉은 영국 신사분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다즐링에 다원을 소유한 회사에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좋은 다즐링 홍차를 소개해줄 수 있냐고 부탁했더니, 델리에 산다면 찾아가보라며 이름과 주소를 받았는데,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지난번 파티에서 받았던 명함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델리 구시가지에 있는 그 매장을 처음 찾아간 날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4월의 델리는 40℃를 훌쩍 웃도는 무더운 날씨입니다. 매년 4월말 학기를 마치면 8월까지 거의 90일가량은 한국에서 방학을 보내기에, 귀국 준비를 하며 선물을 사러 다니다가 그간 벼르기만 하고 못 가 본 압끼빠산트를 찾아갔습니다. 날씨가 너무 뜨거워 땀이 나는 대로 말라버려 등판 가득 소금기만 허옇게 배여 나오는 상황에서 대접받은 한 잔의 아이스티는 정말 감로수였습니다. 그곳에서 마신 다즐링은 정말 그때까지 제가 마셨던 차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너무도 신선하고 꽃향기 은은하게 느껴지는 그 해의 봄차(퍼스트 플러쉬, First Flush)를 제조한 지 얼마 안 되어 마실 수 있는 것은 큰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뒤로 델리에 있는 동안 수시로 찾아가 인연을 맺었습니다. 특히 콧수염이 매력적인 산자이 까뿌르 씨의 차에 대한 깊은 지식과 테이스팅의 세계는 저에게 새로운 재미와 활력이었습니다. 2002년 인도에서의 학업을 마치고 귀국을 결심했을 때 산자이 까뿌르 씨에게서 압끼빠산트 차를 수입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때 잘 모른다는 이유로 주저하는 저에게 그 분은 체계적인 테이스팅을 가르쳐주고 용기를 주었으며, 처음에는 작게 시작해도 점차 한국에서 세계적인 홍차 브랜드를 키워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어 지금의 ‘행복한 찻집’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홍차를 소개하면서 느꼈던 어려움들을 풀어낼 게요

이렇게 인도의 차와 인연을 맺게 된 제가 이번 호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10년 가까이 인도에서 살면서 홍차를 접하게 된 과정과 후일에 찻집을 운영하면서 만난 인도의 여러 다원주(茶園主)나 테이스터, 매니저의 이야기와 함께 우리와는 사뭇 다른 문화의 차이를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로 제 이야기가 중심이 될 것이기에 지면을 어지럽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되고, 자신을 내보이는 부끄러움도 갖게 됩니다. 하지만 그 동안 전통차를 오랫동안 해오신 여러 선생님들께 홍차를 소개하면서 느꼈던 어려운 점들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인도의 차시장 체계나 유통구조에 대한 설명과 품평 기준이었고, 이 기회에 소개할 수 있다면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인도에서 만난 티 테이스터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한 제 글은 칸첸중가 아래의 다즐링, 다즐링 다원의 매니저, 대영제국의 차 아쌈, 성공한 차의 대중화 CTC 등의 주제로 앞으로 월간 다도의 지면을 통해 이어질 계획입니다.

 

티테이스터는 한 회사의 차 품질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앞서 소개한 산자이 까뿌르 씨가 하고 있는 티테이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티테이스터는 한 차상(茶商, 차회사)에서 차의 매입과 블렌딩(Blending) 등 상품의 전반적인 것을 책임지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 회사가 브로커(under broker)처럼 중개인일 수도 있고, 유명한 차회사인 립톤(영국), 마리아쥬프레레(프랑스), 로네펠트(독일), 루피시아(일본), 압끼빠산트(인도) 같이 자신들의 상표로 차를 포장 판매하는 티메이커(Tea maker)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행복한 찻집’의 경우는 단순한 수입 유통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샘플로 보내온 차를 선별하여 주문 포장하는 단계이고, 여기를 거쳐 조만간에 티메이커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차를 수입할 때는 반드시 제가 직접 샘플링해서 그중에 맞는 차를 골라서 주문하고(압끼빠산트의 이름으로), ‘행복한찻집’의 로고가 찍힌 차(Specially packed for Happyteashop by Aapki Pasand)도 수입을 하고 있으며, 비록 소량이지만 블렌딩도 하고 있기 때문에 저도 티테이스터란 말을 조심스럽게 쓰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고르고 블렌딩한 차가 맛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뿌듯함을 느낍니다. 특히 제가 선택해 수입한 차가 같은 회사의 일본 매장의 차와 비교될 때는 아찔할 정도로 현기증이 납니다.

티테이스터는 어떤 자격증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차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그 회사 차의 품질을 책임지는 사람이기에, 연구원이나 기술직처럼 오히려 직책의 성격이 강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특정한 교육기관이 있지는 않고 오직 회사에서 일하면서 배워서 그 회사의 티테이스터로 임명되는 경우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차지도사(Tea instructor), 티소믈리에(Tea sommelier), 티마스터(Tea Master) 등의 이름으로 차매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교육하여 각 회사나 임의단체에서 차전문가를 따로 양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나 대부분의 고급 홍차가 소비되는 현대사회에서는 교양이 곧 전문(Professional)이 될 수가 없으니 전문인으로서 자격증이 필요하게 되고 필요가 수요로 나타나 공급도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차매장에서 손님을 접대하고 차의 전반적인 내용을 안내하거나 교육하고 자신들의 회사의 차를 홍보하는 것입니다.

테이스팅 자체는 ISO 3130이나 BS 6008 규정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전통적으로 이루어지던 테이스팅이 1980년에 국제표준화된 것이지요. 오랜 차의 역사에서 비교적 근래에 이루어진 표준화입니다. 하지만 그 맛을 보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티테이스터에게 달려 있습니다. 품질을 평가하는 단계와 기준은 테이스터들이 공통적으로 쓰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는 단어들의 나열로 이루어지는 테이스팅 노트는 테이스터가 해야 할 일 중에서 가장 서류적인 작업으로 자신의 역량을 평가받게 되는 또 다른 기준입니다. (계속)

--------------------------------------------------------------------------------

Copyright All rights reserved. 상호명: 행복한찻집 | 대표: 이창호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이창호

대구광역시 북구 산격3동 1331-2번지 3층 | 무단이메일주소수집거부

Tel: 053-955-5465 | Fax: 053-955-5466 | kagyu@hanmail.net

이용안내 서비스이용약관 개인정보취급방침

--------------------------------------------------------------------------------


왕비마마 09-08-08 12:42
 
선생님 생생하게 살아있는 자료감사합니다.
공주 11-02-07 10:32
 
여러사람의 입을 통해 익히 들었습니다....고맙습니다...좋은 자료  감사드립니다...()......
 
 


상호명: 행복한찻집 | 대표: 이창호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이창호
대구광역시 북구 산격3동 1331-2번지 3층 | 무단이메일주소수집거부
Tel: 053-955-5465 | Fax: 053-955-5466 | kagyu@hanmail.net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