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이야기

 
작성일 : 03-02-24 01:33
고흐-peach trees in blossom
 글쓴이 : 토토♬
조회 : 716  
아직 한겨울이니 제발 조용히 작업할 수 있게 내 버려다오.
그 결과가 미친사람이 그린 그림에 불과해도,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아니다.
이제 참을 수 없는 환각도 사라졌고, 악몽을 꾸는 일밖에 없다.
칼륨정제를 복용한 덕분이 아닐까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바로 나를 정신 병원에 가둬 버리든지
아니면 온 힘을 다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해다오.
내가 잘못했다면 나를 가둔다해도 반대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냥 그림을 그리게 내 버려둔다면 약속한 주의사항을 모두 지키도록 하마.

내가 미치지 않았다면그림을 시작할 때부터 약속해온 그림을 너에게 보낼 수 있는날이 올 것이다.
나중에는 하나의 연작으로 보여야 할 그림이 여기저기 흩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해도 너 하나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전체 그림을 보게 된다면,
그래서 그 그림속에서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는다면 ..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돈은 꼭 갚겠다.
안되면....내영혼을 주겠다.

1889년 1월 테오에게 보낸 편지





peach trees in blossom





peach trees in blossom



이 편지에서 고흐의 정신적인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그 이후 1890년 6월 동생 테오와 돈 문제로 다투고 돌아온 고흐는 초라한 다락방 침대위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이 이웃 사람에 의해 발견됩니다.

이러한 편지밑에 복숭아 꽃이 찬란히 만개한 이런 그림을 올려 놓은 이유는 제가 이 그림을 볼때마다 그의 고독과 어둠을 상상하곤 하였기 때문입니다.
<별이 빛나는 밤>이나 <삼나무가 있는 풍경>과는 또 다른 찬란함을 내뿜는 그림이지요. 오래전 암스텔담의 고흐미술관에서 이 그림을 보았을때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 이 그림을 고흐가 그리지 않았다면 그저 참 아름답구나..하며 지나칠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어떠한 감정보다 먼저 가슴을 파고드는 것은 그의 고독한 삶에 대한 서글픔같은 것이었습니다.

고흐는 만개한 복숭아 꽃을 바라보며 우리와 다름없이 아름다움 느꼈을테지요.
그리고 볕좋은 오후 뜰에 나와 이젤을 펼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겁니다.
그 꽃을 그려보고 싶었겠지요.정말 아름답구나..중얼 거렸겠지요.아이처럼 천진하게 흥분하였을 겁니다..
그리고 그 순간만은 자신의 가난도 고독도 그 봄날 햇살속에 녹아 사라졌을테지요..
참 행복한 한때였을겁니다.그런데 그 모습을 생각하면 저는 왠지 마음이 아픕니다.

"그렇다해도 너 하나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전체 그림을 보게 된다면,그래서 그 그림속에서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는다면.."

화가에게 있어서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진정 그의 작품을 이해하고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다면 그에게는 더 이상의 소망따윈 없을테지요..
그는 가난과 고독과 고통속에서 떠났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러한 그림앞에서 전율이나 감동을 체험합니다. 동생테오에게 바라마지 않던 그의 소망처럼..
그의 고뇌가 마침내 우리에게 이렇게 아름다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움이 되다니요..


♩Wim Mertens / The Sense














============================================ ▷◁ 대구지하철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커피콩볶기 03-02-28 01:09
 
뿌리가 두개. 줄기가 두개? 그의 얽혀진 복숭아 나무는 너무나 아름답지만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듯, 이상은 어쩜 미친 사람의 외침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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