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이야기

 
작성일 : 06-03-07 10:29
시칠리의 '굶주린 미국인의 날'.
 글쓴이 : Il Cuoco
조회 : 1,337  
잘 아는 분께서 들려주신 일화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시칠리라는 섬이 있습니다. 원래 섬이라는 곳이 본토와 동떨어져 있어서 문화적으로 이질감이 상당한 곳이죠. 특히나 이 시칠리는 헐리웃 영화에 마피아의 소굴격으로 자주 등장했는데, 그건 옛날 얘기고 이탈리아 자국 내에서도 관광의 명소가 된 지 오랩니다. 그 이유는 이 섬이 예로부터 외침을 자주 받았고, 때문에 여러 문화가 혼재되어 의식주에 있어서 이국적인 면모가 대단히 많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몬드, 케이퍼, 참치가 유명하고 Etna산의 눈과 벌꿀, 과일즙으로 만든 포로토타입의 '그라니따'가 탄생한 곳이며, 이곳 출신이 1670년 프랑스 파리에 최초의 아이스크림 가게(Gelateria)를 오픈했죠. 이 지역의 요리법은 그야말로 웰빙이며 Arancini로 알려진 주먹밥처럼 생긴 유명한 튀김요리의 원류가 바로 이곳입니다.

영화 '대부'에서 나오듯이 도심지를 벗어나면 마을은 주로 집성촌으로 이루어져 있고, 주변으로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죠. 그리고, 직원들이 모두 가족들로 구성된 유명한 레스토랑도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 레스토랑들의 요리법은 시칠리가 아니면 절대 먹어볼 수 없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적인 제법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어느 화창한 날, 이탈리아로 여행 온 한 미국인 부부가 본토에서 친구의 소개를 받고, 이 섬에 있는 한 유명한 레스토랑을 찾아 나섰는데 뉴욕의 어느 레스토랑처럼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곳 쯤으로 생각했나 봅니다. 오산이었죠.

해가 저물고, 밤이 다 되어서야 그들은 겨우겨우 초췌한 몰골로 목적지에 다다랐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월요일이었고 원래가 그 레스토랑은 월요일에는 하늘이 무너져도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었다나요. 어찌어찌해서 사정 설명을 한 뒤에 가족 회의가 열렸답니다.

주방장인 할머니, 사장인 엄마, 지배인인 딸, 기타 가족으로 구성된 종업원들의 격론이 벌어졌죠.(남부지방 사람들은 다혈질로 유명합니다. 북부쪽에 가서 시칠리 출신이라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죠.) 사장은 원칙을 주장했고, 인정 많은 할머니는 그래도 외국 분들인데 어찌 그냥 보내냐며 굶주린 부부를 거들고 나섰습니다. 결국... 모든 요리를 할머니께서 다 책임지신다는 조건 하에 그 부부들은 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7인분이나 먹었다나요.

그 이후로 이 횡재 아닌 횡재를 한 미국인 부부는 해마다 그날을 기리며 이탈리아를 찾았고, 그 레스토랑에서는 이 날을 '굶주린 미국인의 날'로 정해서 오직 그 부부만을 위해 문을 연다고 합니다.

여러분들 느낌은 어떻습니까? 저에게는 참 낭만적인 일화로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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