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이야기

 
작성일 : 08-08-03 14:43
나무아저씨의 행복한 찻집8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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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도의 다양한 종교와 관용.

 

인도가 많은 사람들을 편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신()들 때문일 것이다. 그 중 적어도 한 신은 나와 잘 맞을 테니……  인도의 주요 일간지 중의 하나인 타임즈 어브 인디아(The Times of India)에 독립기념일 경축광고로 실린 문구를 보고 깜짝 놀라서 오려둔 것을 10년 만에 다시 펴 보았는데, 선명하게, 1652종의 언어, 190개의 종교, 26개의 주, 3742개의 카스트를 언급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라 인도의 화폐인 루피를 봐도 지폐에는 해당되는 금액을 15종류의 문자로 써 놓았다. 우리는 천원, 오천원 등 단 하나면 되지만, 인도에서는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문자만도 15개인 것이다.

 

종교도 다양하여 세계종교라 할 수 있는 불교, 기독교, 무슬림 뿐만 아니라 화석종교가 되다시피 한 조로아스터교, 자이나교 두 종교의 성직자들은 독특한 차림이라 여행 다니다 만나면 잠시 판타지 속에 빠져든 듯한 느낌을 준다. -, 비교적 신흥종교인 바하이, 시크 등의 수많은 종교도 있고, 인도의 대표 종교라 할 수 있는 힌두교가 있다.

 

필자는 인도인들이 어떤 종교를 믿는가 하는 것보다는, 각각의 종교가 그들의 생활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실질적인 삶 속에서의 모습을 살피는 것이 더욱 흥미로웠다. 내가 만난 인도인들은 스스로를 나에게 무슬림, 힌두교도, 불교도, 기독교도 내지는 시크교도 등의 이름으로 소개하였다. 정말 각각의 종교에 맞는 경전과 신앙물(염주, 묵주, 십자가, 팔찌, 칼 등) 등을 몸에 지니고 다니며, 각각에 맞는 종교적 행위(기도, 축원 등)를 하였다. 아침에 눈뜨면 자신들의 가정에 모셔진 신전이나 간단한 제단, 십자가 등의 앞에서 꼭 향을 사르거나, 기도를 하고 출근하고, 각자의 차에 오르면 핸들을 잡고 출발하기 전에 반드시 기도하고,- 아 물론 가족들과 신의 이름으로 평안한 하루를 기원하며 헤어지고 나서- 사무실이나 상점에 들어서면 또 다시 거기에 모셔진 사진이나 신앙의 대상에 매일 기도를 한다. 하루를 마감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끝난다. 우리네 할머니들도 항상 기도를 입에 달고 사셨던 것을 생각하면 전통사회의 특징일 수도 있지만, 인도인들은 지금도 최신식 건물에 자리잡은 맥도날드와 시티 뱅크 안에서 업무를 시작하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그 대상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 행위의 진지함과 생활과의 일체성에서는 하나의 모습을 찾을 수가 있었다. 그것이 마더 인디아-인도를 모성에 비유하는 말-의 한 모습이 아닌가 한다.

 

인도의 동쪽 끝에는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제법 산다. 서쪽으로는 중동사람들처럼 생겼고, 북쪽에는 그 둘이 섞여 살고 있는 것 같고, 남쪽에 가면 까만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구석구석에 백인처럼 뽀얀 사람들도 있고, 언제 인도에 정착한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 같은 이들도 있고, 금발의 파란 눈동자의 인도인도 만나 보았다. 참 다양하게도 섞여서 산다. 그들이 갖고 있는 문화는 다양하지만 북쪽의 히말라야 산악지대, 동쪽의 해양과 정글, 중앙의 대지, 서쪽의 사막과 바다, 남쪽의 열대와 고원, 강 등 환경을 기준으로 나누면 큰 무리 없이 분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처럼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가진 삶들이 한 나라를 이루고 산다는 것 자체가 신비한 세상에 이런 일이. 이런 조건이기에 더욱 관용의 땅이 되었을 것이다.

최근에, 나에게 인도이야기를 너무 미화시키지 말라고 한 친구가 말했다. 외국 갔다 왔다고 모화사상, 사대주의 에 빠져 똘레랑스, 관용, 대륙기질 따위의 소리를 늘어 놓는 것이 듣기 싫다고 했다. 우리도 그 정도는 한다는 자존심에 찬 이야기였다. 역사와 환경, 규모가 다른 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약점이나 장점을 찾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다른 문화를 보고 서로 칭찬합시다 하는 것이 어찌 나쁠 것인가? 우리주위에 이미 수많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함께 사는 시대가 아닌가?

 

티벳불교를 전공했다고 하니 다들 티벳에서 공부한 줄 아는데, 티벳에는 아직 가보지도 못했다. 티벳이 중국에 점령되고 수 많은 난민이 발생하자 인도에서 이들을 받아들였다. 복잡한 국제정치에 얽힌 이야기는 빼고 바라보면, 현실적으로 수백만의 티벳 난민이 인도에 산다. 티벳망명정부는 인도의 서북쪽 깡그라계곡, 다람살라에 있고, 한국에서도 유명한,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시기도 한 현 티벳 망명정부의 지도자이신 제14대 달라이라마께서도 다람살라의 왕궁에 계신다. 대다수의 티벳 고승들과 승원-큰 사찰-도 인도로 망명하여 자리잡고 다시금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필자가 티벳불교를 공부하는 가운데 달라이 라마께서 설법하신 내용을 한국에서 번역을 하게 된 기회가 있었고-달라이 라마가 설법한 37수행법, 정우사.- 그 인연으로 개인 친견도 하게 되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전세계 수 많은 학자들과 불교신자들이 티벳불교를 공부하기 위해서 인도로 간다. 헐리우드의 유명한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도 일년의 몇 달은 다람살라에서 공부와 수행을 하면서 지낸다. 남인도에 있는 집단 거주지에는 티벳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유지하며-언어와 종교를 보존하며- 살아간다. 이것이 나에게는 인도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큰 사건이자 부러움이다.

 

가이드북에서 읽은 인도의 관용를 잘 보여주는 여행객의 경험담이 생각난다. 내용은 그 여행객이 한적한 시골을 지나다가, 잔디가 아름답게 가꿔진 정원을 가진 작은 식당을 발견하고 테이블에 앉아 한참을 기다리다 지쳐 주인을 부르고 음식과 차를 주문하였다. 정말 인도답게 한참을 기다려 나온 음식을 맛있게 먹고 또 다른 요구를 위해 다시 주인을 불러 이것저것 요구하고, 너무 느린 서비스를 불평하자, 그제서야 그 집의 주인은 마음대로 자신의 정원에 들어와 이것저것을 요구하며 불평을 늘어놓는 객에게 당신은 무슨 이유로 그렇게 화가 나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식당이 아니었던 것이다. 너무도 당연히 자기집에 온 손님이 요구하는 것을 주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접대했을 인도인을 생각하니 내가 10년 동안 인도에 있을 때 모든 것을 보살펴주고 자질구레한 관공서 출입 등을 전부 대신해주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집주인 아저씨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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