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11-19 01:02
글쓴이 :
fabio
조회 : 1,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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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에 이런 일이... Lagoon47 사장이 호출해서 사장실로 감. 사장왈 "야, 10월 매출이 왜이래?" 나 "머... 명절 지난 후에는 원래 1~2주 저조하고, 신종플루라는 천재지변이 전 요식업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네요. 이런게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야, 명절이 밥 먹여주냐? 신종플루 돌면 월급 안받아가냐? 이제 겨우 좀 오른다고 니네들 일 그 따위로 하니 매출이 떨어지지..." "그건 아닌 거 같은데요, 구체적인 이유를 대보시죠. 저희가 뭘 어떻게 했게요?" "다 맘에 안들어 다... 나 이거 문 닫아 버릴 수도 있어, 너 보다 더 능력 좋은 주방장 구하면 그만이야." "아 그런가요? 그럼 그렇게 하시죠. 저도 제가 할만큼 했으니 더 이상은 곤란하네요." "원인분석을 해서 내 책상 위에 3일 후에 올려놔.가봐"
그리하여 저는 철저한 원인분석을 합니다. 내 외부적 요인, 방해요소, 앞으로의 방향 등등... 그러나 더이상의 일은 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는 A4용지 5장에 달하는 원인분석표와 더불어 퇴사일자가 없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장과의 대화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사장은 출장이다 친구들과 술자리다 뭐다 해서 대화를 거부합니다. 저는 다시 퇴사일을 명기한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사. 전 직원이 저를 따라 같이 퇴사. "찾아라 맛집"에서 취재 요청이 왔지만 저는 당연히 거부. 업장은 현재 휴업.
입사할 때 일평균 매출이 30만원. 퇴사 시 일평균 매출이 160만원.
결국 제 능력을 높이 평가해 주는 청담동의 유명한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는 오너와 유능한 소믈리에가 있는 새업장으로 터전을 옮겼습니다. 열심히 오픈 준비 중이구요, 허탈한 마음에 몸살이 나서 며칠째 병원을 오가네요. 정말 열심히 해서 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보여줄려고 합니다. 전혀 새로운 요리법을 준비중입니다.
2년여, 정말 후회없이 일했네요. 그래서 더 허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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