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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2-18 10:00
월간다도 홍차이야기 11월호- 5 다르질링의 한해살이 - 계절에 따른 다르질링 홍차의 개성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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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에서 부터 봄, 여름, 가을)
다르질링의 한해살이 - 계절에 따른 다르질링 홍차의 개성

  지난 2월의 다르질링은 이상한파(異常寒波)로 많은 홍차애호가들이 봄차(First Flush)를 더욱 오래동안 기다리도록 만들었습니다. 특히 지난 겨울에 풍부했던 눈과 비는 올해 봄차의 풍요로움을 약속하고 있었기에 그 기다림이 더욱 간절했습니다. 매년 2월 중순이 넘어서면 차나무에 새파란 싹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새싹이 올라온 지 3일에서 5일 이후부터 채엽을 시작하여 빠르면 2월말이나 3월 초순에는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는 봄차 또는 첫물차는 특히 한국이나 일본의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습니다. 저도 3월이 되면 늘 신선한 봄차의 꽃향기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올 2월에는 다르질링시가지에까지 눈이 내릴 정도로 이상저온 현상이 있어 겨울동안 새싹을 준비하며 기다리던 차나무들로 그 시기를 훌쩍 뒤로 미루었습니다. 결국은 3월말에 가서야 채엽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올해의 다르질링의 봄차는 다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좋은 품질의 차는 4월 5일에서 15일 사이에 많이 생산되었습니다. 최근 주변에서 다르질링의 특정 다원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유명 다원차가 품질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요. 한 달이나 한 달반 남짓되는 봄차의 수확기 중에 앞, 뒤의 며칠은 썩 뛰어난 품질의 차가 생산되지는 못합니다. 유명 다원일수록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차의 경우에는 일정이상의 품질관리는 합니다. 하지만, 최고급 차와 중급차의 가격이 이미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데, 맹목적으로 다원이름에만 홀려있다면 더 뛰어난 차를 맛볼 기회를 스스로 버리게 됩니다.

 

다르질링계곡의 차나무에 새싹이 올라오는 봄이 오면, 다원에서는 제일 먼저 공장이 분주해집니다. 겨우내 쉬었던 공장을 깨끗이 청소하고, 당분간은 거의 쉬지 않고 돌아갈 기계들을 일일이 점검합니다. 일년 중 제일 바쁜 때입니다. 다르질링 퍼스트 플러쉬는 겨우내 버텨낸 그 기운으로, 맛과 색은 은은하고 여리지만, 코끝에 감도는 향기은 어떤 계절보다 강하고 그 맛과 향의 여운도 길게 느껴집니다. 수색은 일반적으로 연한 오렌지빛을 띄게 되고 가끔은 노란 빛까지도 비칩니다. 향에서는 푸른 풀향(green grass)과 꽃향(floral aroma, 은방울꽃이나 자스민계열)이 고급차에서는 일반적으로 나오지만, 가끔씩은 흑연(charcoal)이나 타르(tar)등의 향이나 향신료(spicy)의 향이 나오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맛은 풍부하게 부드러운 탄닌(fine tannic)이 느껴지며 마치 꽃잎을 하나 베어 문 듯 푸르름과 꽃향 뿐만이 아니라 그 꽃잎의 질감까지도 느껴지는 듯합니다. 고급차의 경우는 한 로트(lot)가 20kg에서 30kg 정도 생산됩니다. 매년 봄이면 각 유명 홍차회사에서 선택한 다원과 그 로트번호도 저에게는 큰 관심거리입니다. 아직은 초짜 티테이스터로서 다른 회사의 선배 티테이스터들의 선택을 통해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매년 3월말이면 찾아가는 마리아쥬 프레레 동경 긴자점은 항상 새로운 자극이 됩니다. - 올해는 마리아쥬 프레레에서도 6월이 되어서야 퍼스트 플러쉬를 출시했습니다.

 

인도의 여름은 성큼 성큼 다가옵니다. 3월이 지나고 4월이 되면 매일 온도가 급상승하여 순식간에 찌는 듯한 날씨가 되고 맙니다. 다르질링은 해발이 높아 낮에는 따가운 햇살에 30여도를 훌쩍 넘기지만, 밤으로는 다시 시원한 바람에 한낮의 열기를 고스란히 찻잎에 간직하여 한결 강한 맛을 지니게 됩니다. 여름차(두물차, second flush)는 보통 5월에서 6월에 걸쳐 수확하게 되는데, 올해는 여름차도 봄차의 영향으로 뒤로 미루어졌습니다.

여름차의 경우, 같은 3일에서 5일을 성장한 차잎이라도 봄차보다 크고, 수액도 많기 때문에 제조공정에서 더욱 활발한 작용이 일어납니다. 여름차는 건조공정까지 거치더라도 제조가 끝난 당시보다는 시간이 조금 지나야 향과 맛이 좀 더 안정적으로 된다고 다원의 매니저들은 이야기 합니다. 여름의 다르질링은 흔히 무스카텔와인(Muscatel)이나 그 와인을 만드는 포도에 비유됩니다. 심지어는 무스카텔 밸리(Muscatel valley)라는 다원도 있고, 유명 다원마다 무스카텔 등급이나 계통을 출시합니다. 저 자신 아직도 유럽에서 한두 번 먹어본 무스카텔 포도송이와 초창기 홍차수업을 핑계로 무작정 마셔댄 무스카텔 와인으로 다르질링 여름차와의 유사성을 정확히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까닭이겠지요. 다만, 여러 다원들의 다양한 여름차를 마셔보고 공통된 점에서 유추해내는 정도일 뿐입니다.

색, 향, 맛이 진하게 표현되는 여름차는 그 수색이 선명한 오렌지 빛이고, 주황색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향은 포도향으로 대표되는 과일향과 헐씬 강해진 꽃향이 올라옵니다. 복숭아향과 사과향, 그리고 장미향까지도 고급차에서는 나타납니다. 풍부한 개성을 가져 입안 가득 느껴지는 탄닌의 기분좋은 수렴성과 뒤 따라 나타나는 달콤항이 멋져 아직도 홍차시장에서는 봄차보다 대체로 고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여름차를 생산하고 난 다르질링은 짧은 휴지기와 긴 우기를 맞게 됩니다. 이 시기 동안에도 차는 생산이 됩니다만, 뛰어난 품질이 되지 않아 대부분 블렌딩용이나 티백등으로 사용되고, 차의 중량을 맞추고 단가를 조절할 목적의 필러(보충재, Filler)로도 사용됩니다. 대부분의 저가(低價)의 다르질링이 이 때 생산된 차를 많이 이용합니다.

 

10월이 되면 다르질링에는 축제가 찾아옵니다. 인도의 전국적인 축제인 디왈리(Diwalli)와 지역축제까지 겹쳐 짧게는 1주에서 보름까지도 휴가를 맞습니다. 공장도 쉬고, 인근의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은 휴가를 맞아 집으로 돌아가는 시기입니다. 공장의 매니저들이 발뻗고 잘 수 있는 때이기도 합니다.

 

10월 중순경부터 다시 가을차(autumnal)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10 여년 전까지 만해도 봄차나 여름차에 비해 인지도나 품질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던 다르질링의 가을 차는 계속된 품질향상과 시장개발의 노력으로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차가 되었습니다. 한해 동안 겪어 온 날씨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묻어나서 가을 차의 향기는 봄차나 여름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훨씬 복잡한 형태를 띄게 됩니다. 이것을 뷔케(bouquet)가 발달한다고 하지요. 말그대로 봄차나 여름차가 한 두종류의 꽃향기를 품고 있다면 가을의 다르질링차에서는 진한 꽃향으로 금잔화향이나, 또는 여러 가지 꽃들이 함께 있는 꽃다발의 정취가 느껴집니다. 수색은 여름보다는 살짝 옅은 듯하지만 그래도 선명한 오렌지빛을 뛰고 고급차일수록 윤택이 흐릅니다. 입안에서 중층적으로 느껴지는 맛과 향기는 성숙한 느낌 그대로입니다.

 

11월 말이나 12월 초까지의 가을차가 끝나면 대부분의 다르질링의 다원으로 한해살이를 접고 겨울동안 휴식에 들어갑니다. 이듬 해 봄에 다시 새싹을 피울 준비를 하면서요.

 

P.S 가끔씩 겨울에 날씨와 강우량이 좋으면 겨울차(winter flush)가 나오기도 합니다. - 필자가 맛 본 가장 최근 것으로는 2005년의 겨울차였습니다. 가을차와 봄차의 개성을 두루 갖춘 귀한차입니다. 겨울차를 내고 난 다원의 봄차가 조금은 싱겁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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