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길]의 일정과 예약

 
작성일 : 05-10-22 14:27
이태리 요리 칼럼 Val d’Aosta 편.
 글쓴이 : Il Cuoco
조회 : 814  
제가 요리사 카페에 연재하는 칼럼 입니다. 재밌는 내용이 많으니 읽어보세요. 앞으로도 연재하는 때를 같이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화창한 여름, 발 밑에는 부드러운 잔디가 깔려있고 고산의 야생화들은 도처에 만개해 있으며 다소 건조한 그러나 상쾌한 공기는 타라곤과 세이지향을 실어 나르고, 그 바람을 맞으며 소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목동은 이 광경을 보면서 장기보존을 위해 만들어진 딱딱한 빵을 와인에 적셔 허기를 달래고 있죠. 밤이 다가오면 집을 향한 두 시간여의 여행이 다시 시작되고 송아지 목의 방울소리가 그의 도착을 알립니다. 그 동안 집에서는 저녁식사가 준비되는데 밤 퓨레, 한 바구니의 빵, 리크 슾, 여전히 나무로 만든 버터 틀 속에 담겨진 그날 만든 버터…

이것이 불과 50~60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위했던 삶의 모습입니다. 이 지역의 산악 기후는 이들이 어디로 갈지 무엇을 먹을지, 심지어 먹거리를 어떻게 얻을지도 결정지었죠.
Dora baltea 강 유역의 언덕들은 상당 기간 동안 다른 곳으로부터 격리되었고 정착민들은 저마다 독립적인 삶을 영위해왔습니다. 즉 집 근처의 험준한 지형에서 그들의 소에게서 얻은 젖을 먹으며 자랐던 거죠. 이로 인해 그들 고유의 요리법(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을 만들게 되었고 이는 세대를 거쳐 현재까지 전해지게 됩니다.

아마도 이곳의 지정학적인 요소(현기증 날 정도의 고산, 눈 덮인 봉우리, 만년설)들은 이탈리아에 남겨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의미를 이 곳에 부여한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작은 주로 Salassi가 처음 정착, 그 뒤로 Celts, Roman에 병합되었으며 이후부터 ‘알프스의 로마’로 불리우게 됩니다. 로마 멸망 이후에 프랑스 왕조에 귀속되어 이 상태가 오래 유지되는데, 1927년에 Turin 지방이 분리되면서 피에몬테에 둘러싸인 그 곳은 ‘Aosta’라 불리게 됩니다.
몇 십년이 지난 후 Val d’Aosta라는 지주적인 지방으로 탄생하게 되며 이들만의 고유의 프랑스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2개 모국어 사용’이 공식적으로 도입됩니다.
따라서 프랑스 문화의 자취가 많이 남아있고, 프랑스어가 통용되며 학교에서는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같이 가르치고 있죠.
프랑스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할 정도로 프랑스문화, 프랑스어, 프랑스 요리가 곳곳에 널려 있지만 어쨋거나 이탈리아의 한 지방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우유, 버터, 치즈, 옥수수, 귀리, 허브, 밤, 버섯, 꿀 등이 주된 생산품이며 산악지방의 거친 기후가 올리브 나무의 생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경작을 하진 않지만 올리브 오일은 고급요리의 주된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버터와 라드를 상당히 많이 쓰며 허브와 향이 짙은 산나물이 항상 테이블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대단히 유명한 치즈가 있는데, 바로 ‘Fontina’입니다. 가장 많이 수출되는 이 곳의 특산품이며, 신선한 풀을 먹고 자란 소의 젖을 바위산의 동굴에서 약 4개월간 숙성시켜서 만드는데 소가 자라는 곳의 이름(Fonte)을 따서 명명되었으며 중세 때부터 이 지역의 상징이 되었답니다. ‘향이 짙고, 기름지며, 부드럽고, 녹이기 쉬운’ 특징이 있습니다.
특산품이 또 하나가 있는데, ‘Fontina’보다는 덜 유명하죠. 바로 ‘Teutenne’라는 저장 육류입니다. 농경사회는 소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서 피치 못하게 도살할 경우 어떤 부분도 그냥 버리지 않았는데, 젖통도 그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분리된 젖통은 소금에 절여지고 세이지와 마늘에 마리네이드 되어서 약 20일간 숙성되고 그 이후에 깨끗이 씻어서 끓입니다. 이것을 아주 얇게 썰어서 Antipasto로 제공하죠.


Val d’aosta는 특유의 산악지형과 그다지 좋지 않은 토질(쓸만한 토양이 있는 지층이 굉장히 얇게 분포되어 있다고 하는군요)에도 불구하고 중세부터 상당수 고품질 와인의 고장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바인 야드들은 Dora Baltea 강의 양쪽 어귀, 가파른 경사에 위치해 있으면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답니다.

가장 주목할만한 이 지역의 포도원종은 Petit rouge, Vien de nus, Blanc de morgex라 하네요. 이곳에서 생산된 상당수 와인이 아주 뛰어난 품질에도 불구하고 ‘미주(美州)’로의 수출이 잘 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와인메이커들의 규모가 워낙 영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 가지는 예외인데 그 중 하나가 Chambave(W: Straw yellow color, intense aroma, characteristic of Muscat-한글 표현이 오히려 어색할 것 같아 원문 그대로 둡니다.)로 dry와 반 건조 포도로 만든 sweet 두 가지 버젼으로 나옵니다. 또 하나는 Torrette로(R : dry velvety red with hints of wild rose )숙성 되면서 아몬드 향이 짙어 진다는군요.

그 밖에 ‘Donnas’도 맛 볼만 한데, 미디엄 바디의 Nebbiolo 베이스의 ‘레드’입니다. 이 외에도 신 맛이 강하고 과일 향이 짙은 레드 ‘Arvier’, 건조포도로 만들어진 ‘Nus Malvoisie Passito’는 밤향의 끝 맛이 특징이라네요.

예로부터 농경사회에서는 가축이 가족이나 마찬가지로 아주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이탈리아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특히 소의 경우 늙어 일을 하지 못하거나 더 이상 우유를 생산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면 도축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축제 같은 경우는 예외겠지만 말이죠.

Val d’aosta의 혹독하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이 귀중한 식자재는 특별한 보관방법이 필요했는데, 바로 염장입니다. 주로 쇠고기를 이용했지만 양고기나 돼지고기도 저장육류로 손색이 없었죠.
손질된 고기는 상당한 양의 소금이 뿌려지고, 나무로 된 특정한 용기에 세이지, 로즈마리, 마늘, 후추 등으로 마리네이드 되어서 몇달간의 숙성과정을 가집니다. 그런 다음 끓여지거나 훈연되기도 하는데, 이른바 bollito(보일링), arrosto(로스팅)라는 조리 방법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기름(라드)이나 흙을 층층이 덮는 경우도 있고, 특별히 돼지의 경우 집안에 있는 화덕 근처에서 장시간 훈연되기도 합니다.

Val d’aosta는 다른 북부의 지방과 마찬가지로 고산지대에서 자유롭게 방목되면서 허브를 뜯어먹고 자란 소의 젖으로 만든 품질 좋은 치즈가 생산됩니다. 그 중의 하나가 앞서 언급한 바 있는 'Fontina' 즉 부드러운 질감과 옅은 노란빛, 그리고 견과류의 향이 나는, 뜨거운 열기에 멋지게 녹는 고급 치즈입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각광받는 생산품이죠.
'Toma'라는 것도 있는데, 소금기 있는 옅은 노란빛의 단단한 질감에 노란빛의 얇은 껍질층(rind)이 있는데, 숙성될 수록 짙어 진답니다. 보통 생우유로 만들어지지만 끓인 우유로도 만들어 지죠.
'Tomini'는 'Toma'보다는 작은 사이즈로 흰색의 크림성 조직이며 소젖이나 소젖과 양젖을 혼합해서 만듭니다.

이 두가지 치즈는 비네거로 맛이 더해지기도 하고, 마늘과 고추 등으로 향을 돋구기도 합니다.
근데, 이태리 사람들은 치즈가 딱딱하게 숙성이 되어서 갈아서 쓸 수 있는 상태를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치즈 공부를 하다보면 곳곳에 '비로소 갈아서 쓸 수 있는 상태가 된다.'라는 문구가 보이거든요. 아마도 잘게 갈아서 다른 요리에 첨가하면 쉽게 녹고 맛이 재료에 골고루 스며들 수 있으며, 고명으로 올리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번에는 이 지방요리 레시피를 공부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이태리 요리를 사랑하는 요리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저씨 05-02-14 16:14
 
어제 면을 좀 샀는데요... 뭘 어덯게 해서 먹으면 기분 좋을까요...?
Il Cuoco 05-02-16 18:08
 
어떤 종류의 면인지요? 그걸 알아야... ㅡ.ㅡ
 
 


상호명: 행복한찻집 | 대표: 이창호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이창호
대구광역시 북구 산격3동 1331-2번지 3층 | 무단이메일주소수집거부
Tel: 053-955-5465 | Fax: 053-955-5466 | kagyu@hanmail.net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사용